필자는 지난 8월 3일 CGV에서 디워를 감상했다.
당시 필자의 왼쪽에는 떼지어 나온 어린 아이들, 앞 뒤에는 젊은 청년들, 오른쪽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디워'의 심의 등급이 어떤 거였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관객들의 모습이나 극장 분위기를 보아하니 연소자 관람등급이 확실한 듯하다. (하긴 심형래 감독으로서도 굳이 연령을 높여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을 듯)

잠시 후 동양화 기법을 응용한 오프닝과 함께 시작된 영화. 필자는 이때부터 매 순간순간 느꼈던 감상들과 그 직전, 직후 보고 들었던 모든 데이터들을 모아 디워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워낙 긴 내용인데다 두서없이 다소 지루할 지도 모르지만 아무쪼록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한다.



※ 먼저, 디워를 보기 전에, 가급적이면 공식홈페이지 http://www.d-war.com에서 pdp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 파일을 정독할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이 스페셜 에디션에는 디워의 설정 및 프리퀄에 해당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이것을 본다면 극중에 간혹 이해가 안 되는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도움이 될 것이다. 디워 자체가 스토리보다 영상에 치중한 헐리우드 전법을 따라가다 보니 스토리텔링에 있어 다소 불친절한 요소가 있는데 그냥 생각없이 본다면 그러겠거니 넘어가겠지만 심오하게 뭔가를 찾으려고 보는 이들은 대번 '썅, 저거 왜저래?' 하는 부분이 몇 번은 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영구아트무비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면 심형래 감독의 실루엣을 진지하게 이미지화한 형태이다. 영구아트 초반에는 대중에게 친숙한 영구 캐릭터를 주로 이용했던 걸로 아는데, 아무래도 심형래 감독이 그간 개그맨 이미지로 영화 만들면서 스트레스 받은 게 컸던 듯 하다.

이야기는, 주인공 이든(제이슨 베어)이 미스테리의 참사현장을 취재한 후, 과거 잭의 골동품 가게에서 잭에게서 들었던 한국의 이무기에 관련된 전설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이 부분은 그러나 심형래 감독의 고뇌가 꽤 크지 않았나 하고 느껴졌는데, 스페셜 에디션을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디워가 원래는 설정이 꽤나 방대한 스토리다. 이런 작품을 무슨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마냥 이미 제대로 알려진 원작 기반이 아닌 이상은 영화에서 느긋한 조율이 된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할 얘기 다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2편 3편 연속으로 찍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영화에 우겨넣기 식 진행을 할 수도 없으니 보여줄 것만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이 난해를 겪지 않도록 필요한 내용은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게 사실 말이 쉽지 보통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암튼, 보기에는 다소 안 좋지만, 이든의 회상 장면을 통해서 얼추 설명해줘야 하는 기반 설정은 모두 관객들에게 전달하게 된 셈이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심형래 감독은 1500년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들의 전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 나라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옥의 티를 하나 지적하자면, 보천 대사(잭의 전생)와 하람(이든의 전생)의 대련 장면이 있던 사찰에 보도블럭이 쭉~ 깔려 있던 모습이 그대로 나와 버렸다. (설마 외국에서 '한국에는 예전부터 보도블럭이 있었나요?' 이러는 건 아닐런지;;;)

악의 이무기-부라퀴의 군대가 하람과 나린(새라의 전생)이 사는 마을을 급습할 당시부터 심형래 감독이 그토록 자랑하던 CG 특수효과가 작렬한다. 허나 아쉽게도 옛 조선의 모습과 최신 CG 화면과 잘 조화되지 못하는데, CG의 에이징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다. (하긴 얼마전 욕먹었던 '연개소문'의 낙화암 씬에서도 그랬듯, 전통문화와 CG의 조화란 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부라퀴 군대의 마을 급습이나 보천 대사의 무술 장면에서는 과거 영구와 우뢰매 시절 추억을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다. 예전에 명동극장, 피카디리극장 등 80년대 명소에서 이들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잠시 유년기를 회상하며 미소지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청주출신인 필자는 청도극장과 꽃다리극장-맞나?이었던 걸로 안다 ^^;;)






이와 같이 다소 정교하게 파고들어가야 했던 스토리 포인트에 있어서 디워는 아쉬운 점들을 많이 남겼지만, 심형래 감독은 이런 스토리 중간중간에 나름대로의 장치를 통해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해소하면서 서서히 준비해 두었던 클라이맥스로 유도해 나간다.

(덧붙여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워낙 단점들 많이 열거해놔서 고민하는 분들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거는 필자가 디워에 대해 보다 정확히 판단하고 싶어서 주의깊게 보다보니 사소한 부분까지 찾게 되어서 그렇지, 사실 이런 단점들은 지금부터 얘기할 요소들에 비하면 그리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보는 사람만 아니라면 사찰의 보도블럭 같은 사소한 것들은 별 신경도 안 쓰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임. 근데 진짜 보도블럭은 나만 글케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아무도 그 얘기 안 하더구만;;;

그렇게 씹히던 스토리 문제도 맘 비우고 그냥 얌전히 보면 볼 만하다. 평소에 한국형 조폭코미디 같은 추석-설날특집 단골 한국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라면 디워에 분명 감동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암튼 볼려고 맘먹고 있던 분들은 괜한 걱정 말고 보시길.)


첫째는 여의주의 현신인 새라의 존재를 추적하는 부라퀴와 수하인 아트록스의 존재이다. 이들은 새라를 찾기 위해 온갖 참사를 일으키고 주변 인물들을 죽이는 등 주인공 일행을 압박하여 스토리에 긴장과 초조함을 느끼게 한다. 디워와 같이 스케일감이 큰 SF 판타지물에서 긴장감이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디워 역시도 이를 잘 활용하여 스토리의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는 개그, 코미디언 출신답게 심형래 감독은 스토리 군데군데 개그 포인트를 잘 잡아 놓았다. 예를 들어 중간에 등장하는 '심씨네 동물원' 에서 관객들은 곧바로 이것이 심형래 감독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캐치하고 폭소를 금치 못한다. 설사 웃기지 않더라도 이것이 심형래 감독이 의도했던 부분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은 웃을 수밖에 없는 기발한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밖에도 곳곳에 크고 작은 웃음 포인트를 두었는데 그때마다 관객들의 폭소가 영화관을 수놓았다. 필자가 보기에도 심형래 감독의 개그 포인트가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몇 개는 확실하게 해외에서도 먹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와 같이 심형래 감독이 곳곳에 배려한 키포인트를 통해 관객들은 스토리의 단점을 어느 정도 잊어버리고 서서히 디워의 재미에 몰입해 가게 된다.

지금부터 디워의 주 포인트라 할 수 있는 LA 시가지 전투신을 이야기해 보자.


이 부분에 있어서는 2007년 영화 전투씬 베스트를 선정해도 손꼽히는 데 이의가 없으리라고 본다.

그외에도, 마지막 부분은 이미 MBC 사건으로 유명해져버린 '용 변신' 장면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명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으나 아직 디워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암튼 이 부분은 말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용으로 변한 이무기의 모습은 사실 네이버 등에서도 디 워 관련이미지에 등록이 된 상태라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뭣한 면이 있다. (이 모습도 네이버에서 가져온 거다)


게다가 서양과는 달리 동양의 용이 이렇게 정식으로 3D화 된 사례가 거의 없었던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디워의 가치를 다시 평가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디워에서 또 한가지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엔딩 테마로 삽입된 '아리랑'을 들 수 있겠는데, 이것 또한 논란이 많았던 점이 아닐까 싶다. 심형래 감독은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에서 아리랑을 삽입했다고 한다.


사실 필자 또한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영화의 흐름을 중시해야지 왜 아리랑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엔딩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아리랑의 고운 선율에 매료되고 말았다. 아리랑이 한국의 민요라는 것을 떠나서, 애국심 어쩌고 하는 것을 떠나서 아리랑은 무척이나 잘 어울렸고 감동 그 자체였다.

게다가 좀더 깊이 파고들어가서, 원곡의 의미와 스토리를 되새겨 보면 정말 적절한 선곡이기도 하였다.(자세히 얘기하면 네타가 될 수 있기에 정확한 언급은 삼가하겠습니다. 뭐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암튼 궁금하신 분이나 그 감동을 경험하시고 싶다면 직접 극장 가서 보시길 ^^)


디워는 잘 만들어진 영화다. 물론 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한 것을 감수하고라도 확실히 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이무기'라는 소재는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소재 중 하나라고 생각되며, 이를 잘 캐치하여 화려한 특수효과와 잘 버무려냈다.

차후의 심형래 감독의 새로운 작품을 논할 시점이 되면 지금의 디워는 아무것도 아닌 듯 더욱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스토리 부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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